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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스카 주인공 ‘아노라’ 작품상 등 5관왕 최고 영예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 반드시 그해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없다. 예술 작품을 시상 제도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화인 모두는 오스카상에 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런 일로 받아들인다.     오스카는 97년 동안 유지되어 온 그 나름의 성향과 전통이 있다. 비교적 보수적이고 좀처럼 변화하지 않는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다양성 추구를 선포했다. 유색 인종,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이 상당 부분 참여한 영화만 작품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그 이전에는 다양하지 못했음을 자인한 격이다.       할리우드에도 권력이 있다. 모든 권력은 정치적이다. 할리우드 최대의 이벤트 아카데미 시상식은 언제나 정치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의 힘이 작용한다.     지난 1월 23일 수상 후보들이 발표되고 각 제작사 및 배급사들의 캠페인이 시작되면서 분명 ‘에밀리아 페레즈’가 대세를 이루는 분위기였다.     칸 영화제에서 ‘아노라’에게 황금종려상을 양보(?)했지만,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스트리밍되면서 ‘에밀리아 페레즈’로 쏠리는 세인의 관심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레이스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아노라’의 상승세로 급선회했다.     최근 미국인들의 여권에서 ‘제3의 성’을 없애버린 트럼프 정부의 행정명령 영향이었을까. ‘에밀리아 페레즈’는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어이없게도 주저앉고 말았다. 영화 속 주인공 에밀리아가 트랜스젠더이고, 에밀리아를 연기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실제로 트랜스젠더 배우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는 할리우드의 권력이 아직 너무나 보수적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13개 최다 부문 후보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가상과 여우조연상(조 셀다나) 등 2개 부문에서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13개 부문에서 노미니된 작품이 이처럼 저조한 기록을 세운 건 2009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가 13개 부문에 후보를 내고 고작 3개의 상을 받은 이래 최악의 성적이다. 확고부동한 것으로 여겨졌던 국제영화 부문에서조차 ‘아이 엠 스틸 히어(I am still here)’에게 밀려 최대 이변을 낳았다.     아카데미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에밀리아 페레즈’ 대신, 최소한 표면적으로는 신데렐라 이야기인 듯 보이는 ‘아노라’를 아카데미 5관왕으로 택했다. 코믹하고 엉뚱한 이야기와 가슴 아픈 인간 드라마가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아노라’는 주연 배우 마이키 매디슨의 신데렐라 스토리이기도 했다.     더구나 그녀는 할리우드 권력의 핵심층인 유대계이다. 조연급 배우에 불과했던 매디슨은 러시아 갑부의 아들을 만나 신분상승을 꿈꾸는 스트리퍼 아노라 역으로 칸 영화제에서 데뷔하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최근 아카데미는 ‘전형적이고 전통적인 수상작’에서 벗어난 작품들에 작품상을 수여하는 이례적 성향을 보였다. ‘기생충’(2019)과 ‘에브리싱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다양성 표방의 흐름 아래 ‘에밀리아 페레즈’의 선전이 기대됐다. 그러나 아카데미는 신데렐라 ‘아노라’에게 왕관을 씌워주므로 그 이상의 모험을 하지 않았다.   비평가들이 선호했던 작품은 모든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헌시의 의미를 담고 있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였다. 대체로 작품상을 받은 작품의 감독에게 수여되는 전통에도 불구하고 브래디 코베이가 무난히 감독상을 받을 걸로 예상됐다. 600만 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브루탈리스트’는 2차 대전 유대계 건축가의 삶을 통해 무너져 내린 아메리칸 드림을 그린 코베이의 역작이다.     주류에서 벗어나 있던 2명의 젊은 감독, 작가주의 인디 영화의 기수 션 베이커와 AI를 도입, 저예산으로 놀라운 성과를 올린 브래디 코베이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쌍두마차 격으로 경쟁을 벌인 것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주목할 만한 변화다. 두 감독 모두 미국인의 다양한 밑바닥 삶을,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스토리텔링과 그 안에 담긴 사회 비판 정신을 작품의 주된 소재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품상 등 8개 부문에 후보를 낸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의 셧다운은 다소 충격적이다. 포크록의 살아 있는 전설 밥 딜란의 전기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강력한 작품상 수상 후보는 아니었지만, 불과 28세에 이 시대 최고의 배우 대열에 들어선 티모시 샬라메의 호연은 주목받을 만했다.     자신의 영화를 직접 편집하는 감독 션 베이커는 이날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에 ‘콘클레이브(Conclave)’에 수여될 것으로 예상하였던 편집상 마저 수상하면서 4관왕의 업적을 달성했다. 이전까지는 디즈니의 창립자 월트 디즈니가 1954년 이룩한 4관왕이 유일한 기록이었다.       작곡가 다이앤 워렌은 ‘The Six Triple Eight’의 삽입곡 ‘The Journey’로16번째 오스카 주제가상에 노미니됐지만 이번에도 수상하지 못했다. 많은 사람이 ‘서브스턴스(Substance)’에서 인생 연기를 보여준 데뷔 45년 차 배우 데미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것을 이변으로 여긴다.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메이크업 및 헤어스타일상이 유일한 수상인 ‘서브스턴스’와 같은 영화에 여우주연상을 수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무어가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면 그게 오히려 이변이었을 것이다.   김정 영화 평론가 [email protected]오스카 주인공 오스카 작품상 작품상 후보 아카데미 시상식

2025-03-05

[프리즘] 나만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미쳤다(crazy).”   오스카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패스트 라이브즈(Past Lives)’의 셀린 송 감독은 “이렇게 엄청난 인정을 해준 아카데미에 정말 감사하다. 믿을 수 없는 영광이다. 내 첫 번째 영화로…”라고 소감을 밝히다 ‘미쳤다’라는 한마디에 감격을 담았다. 그럴 만하다. 작품상은 제작자에게 주는 것이지만 자신이 쓰고 감독한 첫 작품이 오스카 후보에 오르다니…누구에게 ‘미친’ 일이 아닐까.   송 감독의 오스카 후보 지명은 2020년 이후의 흐름 속에 있고 그래서 더욱 의미 있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으로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았다. 수상도 중요하지만 메인 부문 수상은 할리우드 영화도 드문 영광이어서 외국 작품으로는 더욱 눈이 부신 성취였다. 2021년 오스카에서는 한인 정이삭이 쓰고 감독한 ‘미나리’가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수상은 못 했지만 주요 부문인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에 올라간 것도 놀라운 일이었다. 2021년은 또 ‘오징어 게임’의 해였다. 영화뿐 아니라 미니시리즈에서도, 오스카라는 기성 시스템뿐 아니라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시스템에서도 통했다.   올해 한인의 작품은 영화와 미니시리즈에서 동시에 빛을 발했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스카에서 빛났고 LA 한인이 주축이 된 ‘성난 사람들(Beef)’은 에미상 미니시리즈·TV영화 부문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 남우·여우주연상, 캐스팅상, 편집상, 의상상을, 말 그대로 휩쓸었다.   2020년 이후 한국인 혹은 한인이 만들어 성공한 작품의 공통점은 한국어로 쓰고 한국어로 연기했다는 점이다. 나고 자라고 영화를 만든 장소가 한국과 LA, 조지아, 캐나다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한국어다. 이 정도면 한국어 작품으로 묶어도 될 듯하다.     ‘미나리’와 ‘패스트 라이브즈’, ‘성난 사람들’은 미국과 캐나다 한인의 작품임에도 한국어 대사 영화다. 이것만으로도 이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새로운 세대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샌드라 오와 존 조, 김윤진, 대니얼 대 김, 그레이스 박 등 엔터테인먼트 진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첫 세대는 주로 배우였고 두각을 나타내는 것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나만의 목소리와 감성이 없어서가 아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전달할 기회가 적었다. 단편적으로 봐도 당시 한국어 각본이라면 지금처럼 제작이 가능하고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2세대 영화인들은 한국어로는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없어 보인다. 관객이, 평단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멈칫거리지 않는다. 세 작품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출발해 내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필요하다면 한국어로 제작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한국어로만 작품을 만들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에 필요하다면 영어나 다른 언어로도 할 것이다. 한인 이민진 소설가의 ‘파친코’가 2022년 애플+tv 미니시리즈로 화제가 된 것이 그 예다. 정이삭 감독도 오는 7월 ‘트위스트’ 속편을 개봉한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오스카 수상 소감이다. 이건 새로운 세대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남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맞추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성공한 2세대의 공통점이고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물론 누구든 내 얘기를 할 수 있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2세대의 ‘내 얘기’는 개인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불어넣어 공감을 끌어낸다.     세대가 바뀐 한인들이 4·29 폭동을 소재로 영화나 미니시리즈를 만든다면 어떨까. 지금까지 4·29 폭동은 한인이 아닌 이들이 만든 작품에 부분적으로 등장하는 수준이었다. 새로운 세대가 얘기하면 아주 다를 것 같다. 안유회 / 뉴스룸 에디터·국장프리즘 이야기 오스카 작품상 한국어 작품 감독상 각본상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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